한화 이글스의 문동주가 공식적으로 160km를 넘긴 첫 번째 한국인 투수가 되었습니다. 인상적인 160km 광속구에 6이닝 2실점의 호투를 기록하고도 팀이 2:0으로 패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에 홀로 팀을 이끌던 '소년 가장' 류현진을 떠올리게 하는 경기였습니다.
문동주 100마일을 찍다
문동주는 12일 광주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습니다. 1회에 두 번째 타자인 박찬호를 상대로 3구째 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냈는데, 낮은 코스로 깔려 들어간 이 공의 시속이 160.1km를 찍었습니다.
KBO의 공식 기록통계인 피치트래킹시스템(PTS)으로 측정된 속도인데, 이 기기가 도입된 이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160km를 넘기게 된 것입니다.
2011년부터 운영된 PTS에서 투구 속도가 160km를 넘어선 것은 외국인 투수 러마메스 리즈와 파비오 카스티요가 있었지만 국내 선수로는 문동주가 처음입니다.
여태껏 국내 투수 중에서는 롯데의 최대성이 2012년에 158.7km 던졌고, 지난해 키움 안우진이 158.4km를 기록했던 적이 있습니다.
더욱더 기대가 되는 신인왕 유망주
이날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 기아 김종국 감독은, "신인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투수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겠다. 제구가 조금 흔들리는 면이 있지만, 구위 자체는 안우진 못지않다"며 칭찬과 경계심을 함께 드러내기도 했죠.
그러나 문동주는 160km 광속구를 뿌린 이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6회까지 92개의 공을 뿌리며 3피안타, 6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완봉패를 당한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죠. 문동주는 올 시즌 1승1승, 평균 자책점 1.64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KBO의 역대 구속 순위를 보면 몸이 충분히 풀린 9월에 좋은 스피드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죠. 문동주처럼 4월부터 160km가 나온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날이 더 따뜻해지고 어깨가 더 풀리면 160.1km를 넘어서는 공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문동주는 입단 1년차인 지난해에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않았기 때문에 올 시즌 신인왕 경쟁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OlJiU5KAA&t=14s
롤모델 류현진의 불운까지 닮아가
한편 문동주는 입단 과정에서부터 여러모로 한화 이글스의 간판이었던 류현진을 떠올리게 합니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진흥고를 졸업한 문동주는 기아의 1차 지명을 받고 싶다는 소망을 밝혀 왔습니다. 하지만 기아가 1차 지명에서 김도영을 선택했고, 문동주는 대전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인천 출신의 류현진도 이재원에게 1차 지명에서 밀리며 SK가 아닌 한화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고교 시절 문동주는 부드러운 투구 폼에서 강한 공을 던지는 오타니 쇼헤이를 롤모델이라고 했었지만, 한화 이글스 지명이 발표된 당일 인터뷰에서, "지금부터는 롤모델을 류현진 선배로 바꾼다"라고 센스 있게 말을 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한화 시절 류현진은 압도적인 구위에도 불구하고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야수들의 실책으로 기량보다 적은 승수를 올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2년에는 탈삼진을 210개나 잡고 2.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9승 9패로 두 자릿수 승리 달성에 실패하기도 했죠.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이 데뷔 첫해에 14승을 올리자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대체 KBO의 수준은 어느 정도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팀의 공격과 수비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며 혼자 분투하는 활약에 '소년가장'이라 별명을 얻기도 했던 류현진의 불운까지 문동주가 닮아가게 될까요?
한편 류현진은 힘이 남아 있을 때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시즌 초반의 부진 때문에 한화 이글스 팬들은 실망감이 클 텐데요, 언젠가 류현진과 문동주가 함께 뛰는 날을 기대하며 희망을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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