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오심이 지배했던 LG와의 주말 3연전에서 피해자 한화 이글스가 남긴 성적은 1무 2패. 한 달 만에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최하위 KT에 다시 한 게임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F4sH9fzhv8
세 경기에서 단 3점밖에 생산하지 못한 공격력도 답답했지만, 한화 팬들을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오심 판정 이후의 두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두 장면은 왜 지금 한화가 수년간 바닥을 헤매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일요일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에서 최원호 감독은 전날 벌어진 오심 상황에 이렇게 말했죠.
"항의를 길게 해도 판정은 바뀌지 않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선수단 철수뿐이었다. 순간적으로 '선수단을 철수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관중들을 위해서 그럴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최 감독의 발언은 원론적으로 옳습니다. 만원 관중 앞에서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하는 것은 분명 좋은 태도입니다. 그렇지만 수비 방해가 타격 방해로 둔갑했던 오심 건은 토요일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KBO 심판위원회에서도 잘못을 인정했죠.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진은 물론이고 심지어 LG 팬들마저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KBO는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일 경기를 맡았던 권영철, 전일수, 김병주, 유덕형 심판조를 21일 경기에도 그대로 투입했습니다. 권영철 심판 대신 김준희 심판만 바뀌었을 뿐 나머지 세 명이 그대로였죠.
만약 김응룡, 김성근, 김태형처럼 심리전에 능한 감독들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경기 보이콧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터뷰를 통해 심판진을 향한 압박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을까요?
그런 메시지는 외부를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고 응원하는 팬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기에 최원호 감독의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인터뷰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20일 경기, 연장 12회 초에서 유로결의 포수 배려 병살 아웃도 이러한 심리적인 연장선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수의 순간적인 판단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포수 최재훈의 정당한 플레이가 오심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니 신인급 선수가 무의식적으로 위축된 플레이를 했을 수 있었겠죠. 억울한 판정 이후 덕아웃에서 팀 분위기를 쇄신해 줄 누군가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야구를 흔히 멘탈 스포츠라고 합니다. 그만큼 덕아웃 분위기를 주도하는 코칭스태프나 고참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LG 구단에서 김현수를 FA로 영입한 후 만족스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성적 외에도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20일 경기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헬맷을 던지고 심판과 언쟁까지 벌였던 박해민은 21일 경기 후, '정말 이기고 싶어서 그랬다'면서 전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야구팬들과 선수단에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심판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죠.
이기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 프로다운 독한 DNA를 상실한 한화가 곱씹어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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