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프로야구 최악의 관중 난동 사태, 해태 버스 방화사건

역전의 명수 2023. 5. 7.

한국 프로야구사에 남겨진 추억의 명장면을 이야기하는 야구인싸(人史)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럽축구 훌리건들도 울고 갈 80년대 야구 아재들이 벌인 사건을 조명해 봅니다. 1986년 해태 선수단 버스 방화사건, 어떤 사연이 있는지 시작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EuN03az6tE 

관중석에서 술판 벌이고, 고성방가에 불 지르기, 경기장으로 오물 투척, 경기장 난입, 선수와 심판 폭행, 관중간 패싸움까지. 80~90년대 야구장 풍경은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죠.

 

그중에서도 끝판왕으로 꼽히는 사건이 바로 86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벌어진 해태타이거즈 선수단 버스 방화사건일 것입니다.

 

 

참사를 잉태했던 86년 한국시리즈 1차전

86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해태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 문제의 발단은 광주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싹을 틔웁니다.

 

해태는 당대 최고의 투수 선동열을 내세웠습니다. 삼성은 선발 양일환이 흔들리자 3회에 진동한으로 빠르게 투수를 교체했습니다. 예상외로 진동한이 호투했고, 7회초 김성래의 홈런으로 삼성이 2대0 앞서 나갑니다.

 

7회말에도 해태 타선을 잘 틀어막은 진동한이 덕아웃에서 땀을 닦고 있을 때, 갑자기 덕아웃 위에서 소주병이 날아왔습니다. 해태 팬이 던진 것이었죠. 결국 소주병에 머리를 맞아 부상을 당한 진동한은 김시진으로 교체되어야 했습니다. 이후 해태 타선이 살아나며 연장전 끝에 삼성은 4대3으로 역전패 당합니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86년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 후 삼성 김영덕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날 패배의 원인을 진동한의 갑작스러운 교체로 들었습니다. 이 발언이 다음날 신문에 실리자, 대구 삼성팬들은 해태가 홈으로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벼릅니다.

 

광주에서 열린 2차전은 삼성이 승리하며 두 팀의 시리즈 전적은 다시 1승 1패. 그리고 운명의 3차전이 대구에서 열리게 됩니다.

 

경기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앞서가던 삼성이 해태에 동점을 허용하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오고 경기장으로는 빈병이 날아들었습니다. 주심은 경기 중단까지 고려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경기는 속행되었고, 7회초 김성래의 실책으로 해태가 6대5 역전승을 거두게 됩니다.

 

흥분한 삼성팬들은 구장 밖에서 “김응용 감독이 나와 진동한에게 병을 던진 해태팬을 대신해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해태 선수단 버스를 향해 오물을 투척했습니다. 겁을 먹은 운전기사가 버스를 버리고 도망치자, 몇몇 팬들이 버스에 올라타 커튼을 찢고 불을 질러 버렸습니다.

 

버스는 완전히 전소되었고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다른 승용차들까지 파손되는 등 사태는 험악해졌죠. 결국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고야 난동은 마무리되었고, 해태 선수들은 경찰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화재로-전소된-해태타이거즈-선수단-버스

 

김응룡 감독의 예언, 현실이 되다

이때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요. 해태 최윤범 매니저가 김응용 감독에게 달려와, “감독님, 버스에 불이 났습니다. 불이!” 라고 울먹였죠. 그러자 김 감독은 웃으며, “야 이놈아 웃어라 웃어. 불난 집이 재수 좋은 거 몰라?”라고 했다고 전해지죠.

 

김응용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되었을까요? 해태는 이어진 4차전, 5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고, 86년 우승을 시작으로 89년까지 4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강력한 해태왕조를 구축했습니다.

 

반면에 삼성은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까지, 20세기 내내 한국시리즈에 오르고도 실패를 거듭하는 불운의 징크스를 이어가게 됩니다.

 

불에 탄 버스는 누가 배상했나?

한편 불에 탄 버스에 대한 배상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삼성은 한국시리즈 주최자인 KBO의 책임을 거론하며 배상을 거부합니다. 

 

결국 해가 바뀐 87년 1월 구단주 회의를 통해 야구장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 시, 홈구장 구단이 변상의 책임을 진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삼성은 우승도 놓치고 버스까지 배상하게 되었답니다.

 

이상, 비뚤어진 팬심이 만들어냈던 최악의 에피소드 86년 한국시리즈 해태 선수단 버스방화사건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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